본문 바로가기
life

베블런 효과: 경기 불황에도 늘어나는 소비 심리

by 이.스토리 2023. 1. 29.

2016년 9월 출시된 뷰티브랜드 맥의 립텐시티 상품은 열흘 만에 5천 개가 완판 되었습니다. '절대 컬러, 절대 발색, 절대 밀착, 절대 질감'이라는 컨셉의 이 립스틱은 출시하자마자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한 것입니다. 이어 그해 10월 출시된 나스의 립글라이드 상품도 일주일새 1만 개 모두 팔려나갔습니다. 2016년 11월 출시된 입생로랑의 홀리데이 시리즈 상품은 하루 만에 2천 개가 다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색조화장품 상품군의 매출은 2014년 32%, 2015년 5.9% 신장한 데 이어 2016년 17.8%의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경제불황에서 적은 돈으로 화려한 효과를 줄 수 있는 립스틱 제품이 잘 팔린다는 이른바 립스틱 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은 2014년 3.3%에서 2015년 2.6%, 2016년 2.6%로 둔화되었고, 2016년 하반기부터는 소비심리가 급락하며 유통업계 매출이 역성장하는 소비절벽을 겪기도 했습니다. 

색조화장품 립스틱

반면, 경기불황의 무풍지대는 이었습니다. 2016년 국내 백화점 업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판매가 증가한 상품은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이었습니다. 이 브랜드는 프랑스의 여배우 제인버킨의 이름을 따서 만든 버킨백이 전 세계를 강타하며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명품입니다. 버킨백의 경우 최저가격이 천만 원부터 시작해 일부 제품은 20억을 훌쩍 넘습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가격에도 고가의 제품일수록 구입이 더 힘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약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입니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판매가 늘어나는 전형적인 배블런 효과입니다.

명품시계 역시 최근 베블런 효과를 잘 보여줍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14년 16.3%였던 명품시계 신장률은 2015년 30.1%, 2016년에는 34.1%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 중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월급은 제자리인데 대출금리와 물가는 오르면서 소비여력이 크게 줄었다"면서 서민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상품에 몰리지만 (돈)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강남 아파트 한 채 가격을 호가하는 핸드벡을 고민 없이 구입하고 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불황기에 이런 베블린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상징소비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등골브레이커, 피규어, 캐릭터, 연예인 콘텐츠 등을 소비하며 자신에게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는 소비를 상징소비자로 정의한다"며 "상징소비의 요인은 과시적 소비 요구 외에도 구별 욕구가 있고 심리학적으로는 한국 특유의 변형된 후광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후광효과(Halo Effect, 헤일로 효과)란 일반적으로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평가를 할 때 일부 특성에 주목하게 되고, 이것이 전체적인 평가에 영향을 줘 대상에 대한 비객관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심리적 특성을 말합니다. 부모들이 비싼 다운재킷을 사주는 이유는 우리 아이가 기죽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아이 역시 부모에게 이처럼 비싼 제품을 사달라고 하는 이유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것과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싼 제품을 찾는 현상은 과시욕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가치소비의 일종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같은 가치소비는 생명과 연결되는 제품, 아이나 부모님 등 가족을 위한 제품을 구매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제품이 아이들이 먹는 음식, 유모차, 자전거, 자동차, 안마기, 침대 등입니다. 

유안타증권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국내 유아용품시장에서 신생아 1인당 들어가는 비용은 548만 원으로 2010년(285만 원(에 비해 5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영유아에게 필요한 분유에서부터 기저귀, 유아복, 완구류 등 유아에게 필요한 일체의 제품과 서비스가 포함된 금액입니다. 출산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유・아동 산업시장 규모는 되레 성장세입니다. 11번가 G마켓 등 국내 오픈마켓업체의 유아용품 매출 추이를 보면 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유기농 및 프리미엄 제품 매출은 매년 50% 이상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추세는 모두 부모들 사이에서 '비싼 제품 = 안전하고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위 내용은 2017년 아시아경제 신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요즘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인해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느끼면서 지나간 자료를 찾아왔습니다. 

댓글

최신글